DIRECTOR'S CREDO
수석 아키텍트의 가치관
01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 서산대사 (休靜) -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해설: 백범 김구 선생이 애송했던 것으로도 유명한 이 시는 선구자와 지도자의 무거운 책임감을 의미합니다. 학문과 연구의 길에서 내가 남긴 기록과 태도는 후배 연구자들과 제자들에게 고스란히 이정표가 됩니다. 따라서 매 순간의 선택과 행동에 뼈를 깎는 신중함과 진정성을 담아야 함을 가슴에 새깁니다.
02
"늦었다고 생각할 때,
그때가 비로소 행동해야 할 때이다."
- 廣法 (광법) -
卽刻行之
無爲後悔
해설: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와 두려움으로 주저앉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너무 늦은 것 아닐까'라는 자각이 들었다면, 역설적으로 변화를 위한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생겨난 순간입니다. 어떠한 연구나 결단 앞에서도 망설이지 않고 지금 당장 첫발을 내딛는 거침없는 실행력을 강조하는 廣法의 철학입니다.
03
"다른 이가 간다고 하여 따라가지 말고,
나의 길을 힘들어도 굳건하게 나아가라."
- 廣法 (광법) -
獨行其道
堅忍不拔
해설: 남들이 다 가는 넓고 편안한 길(트렌드)만을 맹목적으로 좇는 곳에는 진정한 혁신이 없습니다. 비록 험난하고 알아주는 이 없는 고독한 가시밭길일지라도, 스스로의 통찰과 신념으로 개척한 궤도라면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뚝심을 뜻합니다. 세상의 잣대에 흔들리지 않는 학자의 굳건한 태도를 의미합니다.
04
"한 번 칼을 휘둘러 쓸어버리니,
붉은 피가 산과 강을 물들이는구나."
- 충무공 이순신 (李舜臣) -
一揮掃蕩
血染山河
해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장검에 새겨진 검명입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산하를 피로 물들이겠다는 비장한 결기를 담고 있습니다. 연구실이라는 치열한 전장 속에서,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목숨을 바칠 듯한 각오로 몰입하는 '불굴의 의지와 투혼'을 상징합니다.
05
"사람됨이 올바르지 않으면 전하지 않고,
재주가 덕을 앞서게 하지 마라."
- 옛 선인들의 가르침 -
非人不傳
不才勝德
해설: '비인부전'은 동의보감 등에서 유래하여 인성이 훌륭하지 않은 자에게는 핵심 비기를 전수하지 않음을 뜻하며, '부재승덕'은 사마광의 자치통감에 등장하여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도덕성을 넘어설 수 없음을 경계하는 말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지능과 기술이라도, 그것을 다루는 인간의 윤리와 덕(德)이 바탕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절대 원칙입니다.
06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로다."
- 廣法 (광법) -
見山非山
見水非水
해설: 깨달음의 과정 중 2단계에 해당하는 철학입니다.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대로 현상을 받아들이지만, 깊은 연구와 사유의 단계에 진입하면 표면적인 현상을 의심하게 되어 사물의 본질을 해체하고 재구성하게 됩니다. 뻔한 정답에 안주하지 않고, 시스템의 코어를 꿰뚫어 보려는 심오한 학문적 성찰의 자세입니다.
07
"썩은 나무에는 조각할 수 없고,
썩은 흙으로 쌓은 담장에는 흙칠을 할 수 없다."
- 공자 (孔子), 논어 -
朽木不可雕
糞土之牆不可杇
해설: 제자 재여(宰予)의 게으름을 꾸짖으며 공자가 한 말씀입니다. 스승이 아무리 뛰어난 지식과 기술을 쏟아부어도, 제자 스스로의 굳건한 의지와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없다면 결코 완성된 작품으로 조각될 수 없다는 매서운 일침입니다. 배우고자 하는 자는 스스로 단단한 목재가 될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뼈대 있는 가르침입니다.
08
"악한 자에게 베푸는 무분별한 자비는
너 자신을 죽이는 칼이 될 뿐이다."
- 廣法 (광법) -
無別慈悲
必還毒刃
해설: 선을 베푸는 것은 아름다운 미덕이나, 악의를 품은 자에게까지 맹목적으로 주어지는 자비는 결국 나와 내가 지켜야 할 조직과 가치들을 파괴하는 치명적인 비수(毒刃)가 되어 돌아옵니다. 진정한 자비와 선행은 선과 악을 명확히 통찰하는 냉철한 이성과 지혜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함을 경계하는 날카로운 가르침입니다.
09
"한 소쿠리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만 있어도,
도를 깨우치고 즐김에 아무런 문제가 없도다."
- 안회 (顔淵) -
一簞食
一瓢飮
해설: 공자의 수제자 안회가 가난 속에서도 학문과 도(道)를 향한 기쁨을 잃지 않았음을 칭송한 '단사표음(簞食瓢飮)'의 고사입니다. 물질적인 풍요나 화려한 겉치레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진리를 탐구하고 연구 본연의 목적에 온전히 몰입하는 순수한 학자의 자세를 끝까지 지켜나가겠다는 맑고 굳은 다짐입니다.
10
"태산은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기에 높이를 이룰 수 있고,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기에 그 깊이를 이룰 수 있다."
- 이사 (李斯), 간축객서 -
泰山不讓土壤
河海不擇細流
해설: 진나라 승상 이사가 올린 명문 '간축객서(諫逐客書)'에 등장하는 구절입니다. 거대한 산과 깊은 바다가 되기 위해서는 출신이나 배경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포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학문과 연구에 있어서도 편협한 아집을 버리고, 다양한 지식과 타인의 의견을 편견 없이 수용해야만 진정한 거장(巨匠)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음을 가슴 깊이 새깁니다.
11
"돈이 없으면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벼슬에 오르지 못한다."
- 옛 일화 -
無鼃不入池
해설: '무와불입지(無鼃不入池)'는 본래 개구리가 없으면 연못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뇌물이나 돈이 없으면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벼슬길에 오르기 힘든 부조리한 현실을 풍자한 말입니다. 이상적인 학문과 철학을 논함과 동시에,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의 냉혹함과 자본의 힘을 직시하고 이에 대비할 줄 아는 현실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경계의 메시지입니다.